배說

신해철

삐씽 2024. 10. 28. 17:48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지 10년이다. 어제, 10월 27일이 기일이었다.

새삼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라니.

 

나는 신해철의 팬이다.

98년 같은 반 친구에게서 넥스트 4집을 빌려서 듣게 된 후로부터.

세상에 이런 음악도 있구나 싶었다.

그 전까지 음악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내게,

넥스트 4집 타이틀 곡인 라젠카 세이브 어스는 음악의 원점이다.

 

곁다리 이야기지만, 나는 복면가왕에서 하현우가 부른 라젠카는 좋아하지 않는다.

넥스트 4집의 부제는 'A space rock opera'이다.

앨범 자체가 오페라라는 장르의 성격을 표방하고 있고,

보컬은 그저 악기의 하나로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신해철이 늘 주장해왔듯이.

하지만 복면가왕 버젼은 프로그램 성격상 보컬이 강조된 타입이다.

원곡의 오페라스러운 복잡다단한 연주의 자리를 '고급 노래방 반주'가 차지한.

하현우의 가창력이야 두 말할 것도 없이 굉장하지만

본질적인 면에서 너무 달라져버린 경우라 내겐 와닿지 않는다.

 

여튼.

내 10대를 이야기할 때 신해철이라는 인물을 제외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떤 면에선 부모님보다 더욱.

고양시 지역 피씨통신망인 코코텔에 넥스트 동호회를 만들어 시삽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요즘으로 치면 팬까페 회장 정도 되려나.

고등학교 시절 동창들은 나를 '신해철 좋아하던 놈' 정도로 기억하고 있을 거다.

 

내가 20대가 되면서부터는 신해철 본인의 음악활동 자체가 조금 주춤하기도 했고,

나도 성인이 되어 행동의 제약이 풀려 이런 저런 새로운 경험을 하는 재미에

이전보다 마음을 덜 쏟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 한켠엔 늘 그에 대한 지지와 믿음이 있었다.

급작스런 패혈증 소식에도 난 정말 하나도 걱정을 안했었다.

훌훌 털고 일어날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과는 그와 달랐지만.

 

'내 10대가 끝났구나.'

비보를 접한 후 내게 처음 든 생각이었다.

물리적으로 10대가 끝난지 한참 오래됐지만.

늘 마음만은 10대라고 생각했던 내게 신해철의 사망은 내 10대의 종언이었다.

그는 내 10대의 상징같은 존재니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2014년 Reboot Myself를 발매하며 다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었는데,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까. 

확인할 방도가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요즘 같이 심적으로 힘들 때는 더욱.

오늘따라 그가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