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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說

영심이

by 삐씽 2024. 10. 19.

 

보고 싶고 듣고 싶어
다니고 싶고 만나고 싶어
알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 영심이 영심이

보고싶고 듣고싶어
다니고 싶고 만나고 싶어

해봐 해봐 실수해도 좋아
너는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해봐 해봐 어서 해봐

보고 싶고 듣고 싶어
다니고 싶고 만나고 싶어
알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 영심이 영심이

보고싶고 듣고싶어
다니고 싶고 만나고 싶어
해봐 해봐 실수해도 좋아
너는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해봐 해봐 어서 해봐
해봐 해봐 실수해도 좋아
너는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해봐 해봐 어서 해봐

 

 

 

 

90년대에 KBS에서 방영한 만화영화 영심이의 가사다.

사실 그렇게 좋아하던 만화는 아니었다.

당시 '국민학생'이었던 내겐 고등학생인데다 성별도 다른 영심이의 이야기에 몰입이 잘 안 됐다.

즐길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던 시절에 어쨌건 만화니까 챙겨본 그런 경우다.

어떻게든 본방사수하던 만화들과 달리 드문드문 시간 맞으면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만화의 주제가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상한 일이지. 엄청 좋아하던 만화 주제가들도 이젠 가사가 긴가민가한데 말이다.

 

해봐 해봐 실수해도 좋아
너는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아마 이 부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9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도 그랬고, 우리 집 분위기 자체가 장남인 내게 엄했어서

갑갑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 가사가 조금이나마 위안을 줬달까.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들어본 이 노래 가사는 예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실수해도 좋다는 말은,

바꿔말하면 어른은 실수하면 안 된다는 소리다.

한참 누나였던 영심이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실수해도 되는 고등학생이건만

나는 나이를 먹고 또 먹어 얼마 전 만으로도 40대가 되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실수하면 안 되는 어른이 된 지 오래다.

이제 내겐 이 가사가 아프기도 하고,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른도 실수 할 수 있잖아... 어른도 사람이야 사람!

 

영심이가 무척 부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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